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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관 작성일 2018/11/28 파일
제목 남원 마라톤 참가기
 
 

나는 인도네시아에 나가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전처럼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역 특성상 한국과는 많은 차이와 아울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외국인 신분인 만큼 훈련 또한 매우 은밀하거나 조심스럽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낯설거나 이질적인 사람이 내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겠기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지난 여름 양구 DMZ 평화 마라톤에 참가했다가 60 대 연대별 입상을 했기에, 그 티켓도 활용할 겸 나의 지론인 마라톤을 통한 전국 여행과 맥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 입국할 일이 있는 것을 빌미 삼아,국제 전화로 전마협에 연락함으로써 성사될 수 있었다. 국제 전화로 접수를 도와준 전마협 여직원에게 고마운 마음을 이 글로나마 전하고 싶다.

고맙다는 얘기는, 그 담당자가 부족한 참가비와 셔틀 뻐스 비용을 대납하기로 하고, 내가 추후에 결제할 수 있는 편의를 봐 주었기 때문이다.



대회 당일 서울 광화문(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새벽 4시에 셔틀 뻐스에 몸을 실었다. 잠실에서 한 번 더 참가자를 태웠으나 그 숫자는 고작 10여 명 남짓! 거리가 거리인지라 신 새벽부터 서둔 것이었고,우리는 중간 휴게소에 한 번 들르는 휴식기를 가졌을 뿐, 바로 목적지 남원으로 향했다. 물론 모자란 잠을 내려가는 차 안에서 보충했음은 물론이다.

갑자기 추워졌다가 오른 기온 탓인지 남원은 안개가 심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같았다.



나는 연 평균 26도를 웃도는 적도 지방에서 생활한지 벌써 만 3년 6개월이 지나다 보니,이젠 그 곳 생활에 익숙해진 것인지 춥다는 것이 큰 자연 장애물로 다가오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아침 안개야 시간 지나면 벗어지려니 하고, 상의를 싱글 렛 차림에 당장의 저온 방지용 비닐만 둘러쓴 차림이었다. 셔틀 뻐스를 타고 내려온 탓에 시간은 제한될 수 밖에 없기에, 선 크림 바르고 관절을 푸는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대회 진행 사회자가 출발선으로 이동을 지시하자 곧 바로 이동했음에도, 출발선에 도착하자 마자 급히 출발하는 매우 특이한 진행이었다.



내려오기 전에 동호회 회원에게서 얻은 정보로 미리 상황을 들었는데 처음부터 그 정보가 어긋나는 것이었다. 물론 남원 사람들은 지역이라서 어떤 코스를 잡던지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없겠지만, 외지에서 참가하는 사람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더구나 나는 열대 우림의 저지대, 평지에서의 훈련만 가능했기에 갑자기 등장하는 길고 유연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을 넘어서는 고갯길경사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뭐 어쩔 것인가! 궁여지책으로, 오래 된 경력에서 오는 노- 하우를 사용하는 수 밖에!



그렇게 길고 지리한 고개 , 정보와는 딴 판으로 전개되는 상황이 자못 당황스러운 바가 없지 않았지만, 그 또한 아마추어 마라톤의 묘미라!

그것 보다 문제는 저온에다 해도 뜨지 않고, 비 구름인지 고약한 안개인지가 대기 중에 가득하여, 시간이 흘러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이 더욱 큰 문제였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린 반가운 햇살은 대회 끝나기까지 보이지 않고, 그나마 막판 5km 정도 남았을 때부터 공기 중에 수분이 가시는 듯 하여, 그 때까지 둘러쓰고 뛰던 비닐을 비로소 제거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대회 정리용 질주와 스스로 자기 최면에 의



한 분위기 띄우기로 막판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난 번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에서,그 비 내리는 와중에도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미련이 많이 남았기에, 기왕 참석하기로 작정한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됨에 그치고 말았다.

일을 벌이기는 사람이 해도 그 완성은 하늘이 책임진다는 말이 생각날 수 밖에!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회 막바지에 순간 속도 증진을 위해 실시했던 야소 800 훈련도 오늘의 결과에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고, 어제 하루 종일 실시한 "워터 로딩"은 오늘 이 참사의 주역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하루 낮 동안 이온 음료 큰 것 한 병을 의도적으로 더 마심으로써 오늘 대회 중 생기는 갈증에 대한 보험을 드는 것이 주 목적인 그것은 국내에 들어와 아직 적응 이전의 몸에게 부담을 안긴 것이고, 새벽에 셔틀 뻐스를 타고 내려오는 중간에 한 차례 화장실에서 일을 해결했음에도

결국 대회 중간에 야전에서 또 한 차례 일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게 몸을 괴롭혔다.



그 지점이 19 km 팻말 바로 직전 도로의 회전부이며, 가을 걷이 뒤의 적절한 환경으로 그런대로 은폐가 가능한 지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흐리고 적당히 추운 날씨는 덤불들을 적당히 무두질한 효과도 있어, 그 점만 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기도 했으니...ㅎ..ㅎ..

더운 데서 사시 사철을 생활하다 보니 추운 날씨가 쥐약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햇살이 퍼지겠지 했기에 싱글렛 차림을 했던 것인데...



반환점을 돌았을 때 1 시간 50 분의 시간이 흐른 상태이기에 명예 회복은 몰라도 그렇게 추한 모습은 아니겠구나! 했지만, 추운 날씨에 회복되지 않는 조건이 많이 힘들게 했는지, 반환점 이후는 그야말로 "고난의 천리 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원래 언덕이 많은 파주 출신이고, 국내에 있을 때도 바로 뒤에 있는 작으나마 언덕이 있는 우장산 코스를 이리 저리 활용하여 잘 활용한 덕분에 언덕은내 나름의 회심의 구간이었건만, 이번 만큼은 경우가 달랐다. 거기에 더해 하루에 두 번 설사를 한 셈이니!



하여간 평소의 회심의 구간이 소태 씹는 맛으로 변했을 때 그 심정을 누가 이해할 것인가!

어쨌거나 그것은 내 사정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라톤이란 본질에 어긋나지 않게, 아무리 느리나마 걷지 않고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그 것은 곧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의미한다. 심하게 얘기하면 코스 중 한 군데는 차라리 산을 하나 오르는 격으로 경사나 길이나 전혀 나무랄 데가 없을 지경이었다면,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해가 갈런지...??



과거에 산악 마라톤 경력까지 있기에, 네가 간다면 나도 간다!는 오기가 있기에, 그 고비를 좌절 않고 넘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환점 돌면서 무수히 많은, 그것도 긴 언덕길에서 회한의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보낸, 추월자들에 대한 추격이 시작된 것이 그것이다.거리는 5 km, 4km... 계속 줄어드는데 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상태! 그러면 이제 목표는, 그나마 기록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다.

불행히 눈에 띈 사람들은 그 유탄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그렇게 골인선으로 거리를 좁혀들면서 자기 최면과 주변에 서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청각적 시각적 효과가 가세하자,이제 제대로 자기 도취 및 망아지경의 경지로 그대로 빨려드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는 마지막 힘을 모으는 효과가 나도 모르게 나오기에,경기 끝나고도 내가 늘 신기해하는 부분이다.

지금 생각에 100 m 정도의 거리라 생각하는데, 초반부에 있었던 사람은 그렇다치고, 60m~ 70 m 거리가 떨어져 골인선 근접 참가자가 내게 잡힌 것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과정이야 어쨌거나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개운한 마무리로 대회를 마치고 나니, 원래 의도했던 목적 달성 실패와는 무관하게 개운한 뒷 맛을 지니고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물론 잠깐!시간적 간격을 두고서 현장에서 정리 스트레칭까지 마쳤음은 물론이다.

내가 이 글에서 원망했던 것과 또 다른 각도에서, 대회 주최자의 노고와 자원 봉사자 여러분의 수고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오늘의 찬란한 기록, 3: 57: 15 ! 풀 코스 완주 횟수 : 71회



전국의 마라토너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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